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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가장 조용한 , 해질녘 나의 안락한 쉼터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을 무렵, 퇴근을 하면 나는 이곳에 온다. 헬쓰장이 있는 건물. 무렵이면 배가 고파지기 때문에 운동하려고 들어선 몸은 1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머리가 아닌 몸은 저녁 굶고 운동하면 배로 힘든 것을 안다. 피곤해 질대로 피곤해지고 둔한 몸은 작은 편의점을 세심히 둘러본다.

마음 같아서는 맛있게 생긴 컵누들이나 컵라면을 집어 들어 당장 집으로 가고 싶으나 머리는 최대한 운동효과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아닌 것으로 찾으라고 명령한다. 얼른 시선을 정리해 집어 들은 것은 요구르트 병이랑 칼로리밸런스. 봉지를 까서 하나 입에 물고 햇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향했다. 운동 전에 급히 먹으면 반드시 체할 것이니 조용히 먹을 곳을 찾는다. 문을 열어보니 건물의 2층에 발코니처럼 벤치로 가득 흡연공간이 보인다. 시야가 넓고 트여서 흡연만 하기엔 아까워 보인다. 흡연 하는 몸도 이곳을 있을 같다. 가방에서 어제오늘 읽다 말은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다.

이곳은 다름아닌 고속도로 옆이다. 고속도로 옆에서 책을 읽는 비교적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다. 그래도 이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이몸뿐만이 아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땀이 살짝 말라 비틀어진 머리에 작업복 조끼를 아직도 걸쳐 입은 아저씨는 영어책인지 투자 책인지 내가 오기 전부터 열심히 빠져들어 읽고 있다.

 

서울톨게이트, 성남

이곳은 차들이 쌩쌩 달리다 천천히 멈추어 조용히 들어오는 곳. 서울 톨게이트.

 

 

어릴  고속도로 위로 달리는 차창 밖을 지나 보이는 곳은 남이 사는 동네지만 아득하니 조용해 보이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지나가는 이의 쓸데없는 관심이랄까. 저쪽에서는 이곳을 보고 어떤 사람들이 지나갈까 하는 재미없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동네는 어떤 곳일까, 운전하는 분이 차를 돌려 낯선 동네로 들어가보면 신기할 같은 예감을 멋대로 하곤 했다.

 

서울톨게이트를 아득하니 바라보며 귀에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 과자를 들고 다른 건물로 넘어와 동료랑 비밀스러운 회사이야기를 하는 사람, 그리고 주황빛의 노을과 아직 지지않은 햇살에 등을 맡긴채 어두워질 때까지 책을 읽는 사람이 여기 또 한명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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